나는 자전거를 어쩌다가 타기 시작했을까.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탔는데, 엄마가 갑자기 두발을 타야한다고 그러면서 보조바퀴를 떼어버리셨다. 뭐 별로 운동신경도 없고 겁도 많아서 그런지 그냥 그 자전거는 방치되다가 이사를 가면서 버려졌나보다.
그러다 6학년이 되었는데 친구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겼다. 전XX (예전이라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아아.) 라는 친구는 참 착해서 내가 자전거를 못탄다니깐 운동장에서 가르쳐준다고 뒤를 잡아준다고 했다. 분명히 잡아준다던 친구는 뒤를 놓았고, 나는 "놓치마 놓치마"를 외치며 혼자 잘 타더구나. 나도 놀랐다. 운동 신경의 역치가 한참커서 어지간하면 움직이지도 않는 내가 아주 우연히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놀라셔서 그랬는지, 아니면 맨날 컴퓨터나 붙잡고 있는게 한심하다 느끼셨는지 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는 말에 큰 맘먹고 당시로는 상당히 비쌌던 코렉스 12단 MTB(라고 쓰여있지만 지금은 철티비라 부르는 바로 그것)을 사주셨다. (물론 어머니딴에는 좋은거 사주신다고 일부러 멀리있는 큰 자전거 집에 가서 주문하셨지만 펑크나면 한 1KM도 넘는 길을 걸어서 가야 했기 때문에 Fail)
그 자전거는 참 잘탔다. 물론 타다가 죽을뻔한 경험이 (내 기억으론) 두 번 있는데, 하나는 집 근처 근린공원에서 타다가 하수구를 막는 시멘트 블럭이 튀어나왔는데 자전거 산지 얼마 안된때라 부딛히면 자전거가 어떻게 된다는 감이 없는지라 감속안하고 받아버리는 바람에 자전거와 함께 하늘을 날랐던 기억이 있다. 그땐 헬멧도 안쓰고 탔는데 아직 살아 있는걸 보면 참 감사하다. (자전거도 멀쩡했다.)
또 다른 하나는 '브이계곡'이라 부르던 근처 산길이 있는데 (브이계곡이라는 이름은 아마 김표섭이 지었을꺼다. 이 인간은 작명학의 대가) 다운힐과 업힐이 반복되어 타면 은근히 재밌어서 즐기는 라이딩 코스였다.
구조는 위의 지도에서 알 수 있는데 빨간색은 업힐 다운힐이 반복되는 구간인데 중간에 시멘트길이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표생의 안내를 따라 안전하게 빨간 길만을 따라서 왔다갔다했다. 다음날 나 자전거를 가르쳐 준 친구였는지 합기도 배우던 친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나도 다른 친구한테 소개해준다고 저기를 갔었더랬다. 한참을 즐기다가 집에갈 시간이 되어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면 재미없다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다가 초록색 길을 만났다. 시멘트 포장된 길이 이어져 편하게 내려가겠거니 했는데 아니 이게 왠걸! 갑자기 계단이 눈앞에 보인것이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라면 그냥 부딪히면 되겠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다시 말하면 빨간색 V계곡 부분에서 시멘트 포장길은 다운힐이고 그 끝에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그 계단을 아래서 본 것이 아래의 사진이다. 아래 사진의 계단을 올라가면 등산로 - 우리는 브이계곡이라 불렀지만 등산로겠지 - 가 있다.
브레이크는 먹지 않는다. 어떻게든 다운힐 코스로 들어와서 가속 받은 자전거를 멈춰야했다. 발을 바닥에 대어 속도를 줄이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멈춰라자전거야 멈춰라 자전거야 빌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계단만 보인것도 아니고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도 보이더라. "아. 계단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차도까지 굴러서 나는 이제 죽는구나" 주마등이 스쳤는지도 모르겠지만, 평상시 맥가이버를 좋아하던 나는 귀신같은 순발력을 발휘해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수풀로 돌진하는 전략을 세웠다. 쾅.
우회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도 아찔하다. 언제 예전 내가 살던 동네를 가서 저 길을 한번 꼭 다시 보고 와야겠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중학교 진학을 하고 나서 한동안 안타다가 집이 학교랑 멀어지는 바람에 통학을 위해 자전거를 구매하였는데, 이때 벼룩시장 같은거 보고 중고로 사서 나름 속이 쓰린 경험을. 자전거 잘 모르던 때에 나를 속인 대학생 양반.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있니?
또 고등학교 진학해서도 학교가 집이랑 멀어 지하철 타고 다녀야 해서 자전거 못타다가 대학교 들어가며 집이 지하철 역이랑 멀어져 역과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2005년 12월 9일 자전거를 도선생님께서 가져가신 기억도. 자전거 누가 훔쳐갔다고 문자를 하다가 친해졌던 사람도 있고.
그러다 한동안 자전거 안타고 다니다가 과외집 위치가 역이랑 먼데 우리집과도 멀어서 그때 이용했던 방법이 바로 스트라이다!
나름 샤방샤방하게 과외다니며, 마실다니며, 가끔은 알마타던 신채호님과 중랑천을 가르며, 연구실 워크샵을 가기위해 속초에서 강원도의 험산준령을 요것타고 넘어본적도 있었다. 유희재 빌려줬는데 잃어버려서 돈받고 (근데 그 돈으로 밥 다시 사주고) 퉁쳤다.
갑자기 미벨을 부추기는 최지웅 놈때문에 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미니스프린터, 티티카카 스피더스를 질렀다. 집하고 학교를 통학하였는데, 상당히 거리도 되서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게 타다보니 겨울이어서 얼어죽을 뻔하고 봄 되면 타자했는데 집이 갑자기 군포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그렇게 한동안 안타다가 자취하며 자취방과 학교 통학 (1KM밖에 되진 않지만)을 위해 자전거를 타다보니 준석형도 뽐뿌를 받아 하이브리드를 사는것을 시작으로 연구실에 자전거 없는 사람이 얼마 안되는 일도 생겼더라.
다들 26인치 자전거 타는데 나만 20인치 타니깐 (물론 체력도 안되는데) 괜히 느린것 같고, 또 내가 왜소한 체구가 아니어서 저거 타면 곰같다는 이야기도 듣고 해서 티티카카를 연구실 후배가 산다하여 얼른 팔아버리고 새로운 모델을 알아보던 찰나에 만난 단비같은 이벤트.
솔레이어 체험단 모집!
연구실 사람들과 나가기로 했고, 지원 내용은 아래에 있다. 일단, UCC!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네요. 아자아자!
센세이션 팀의 블로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