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L'internationale
사표, 아니죠~ 마중표, 맞습니다!
Belighty
2012. 9. 9. 23:17
사표가 아니라 마중표.
(이미지 출처 : 플랜은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함께 지역개발을 추진하는 국제 NGO)
본 글의 내용하곤 관련이 없음.
선거를 할 때는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좋은 사람만 뽑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표를 던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선이 유력한 후보군 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고르는 게 대부분 유권자들의 투표양식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그런 투표 행태를 가진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하다못해 기초단체의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비례대표 국회의원조차 제가 표를 던진 후보는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뭐 선거권을 가진 햇수가 길지는 않습니다만 제 투표용지는 하나도 살지 못하고 다 죽고 말았습니다(死票).
이런 저를 고민하게 만든 선거가 있으니 바로 17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지금의 대통령을 대통령 되게 만든 선거이지요. 대항마를 뽑자니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고, 지금의 그 양반을 뽑느니 기권을 하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종이 공장 사장님이 있었는데 당선 안 될 것이 너무 눈에 보여 차마 투표하기가 껄끄러웠습니다. 나도 세금 내는데 좀 내 의견 좀 반영해 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소시민이 뭐…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하게 되면서, 동일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경기도민인지라 도지사를 뽑아야 하는데 (아마 서울이어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현 여당을 견제해 줄 가능성이 큰 후보를 뽑느냐, 아니면 조금 더 피부에 와 닿는 복지 정책을 구현해 줄 수 있는 인물을 뽑느냐의 고민입니다(누군지는 알겠지만). 도지사 선거만 그럴까요? 군포시장, 도의원, 시의원, 교육의원까지 표를 조금이라도 살리는 방향으로 투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고민은 계속 됩니다(교육감을 기억 못 한 것이 아닙니다. 고민 안 해도 될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97년 대선 민주노동당, 아니 그 전신의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가 출마 했을 때,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 7명의 후보 중 3명의 당선 유력권의 후보들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은 세트로 땡처리하듯 일요일 아침 후보자 토론회를 바람에 하나는 예배 보러 간다고 하고 안 나왔고, 『좋은 놈 · 나쁜 놈 · 이상한 놈』 구도가 되어 도매급으로 취급받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표를 기꺼이 죽이기로 결정한 사람 30만 6062명(1.19%)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표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그 선거에선 죽었겠지요. 그런데 그 30만 6062명의 죽었던 표는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게 되는 힘이 되었고, 4년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3.1%를 획득하여 비례대표 8석, 지역구 2석으로 돌아옵니다.
옛날 펌프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한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부어야 했습니다. 물을 버린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고무 패킹과 펌프 실린더 사이의 틈을 물로 막아주어 땅속 샘물을 쉽게 퍼 올리게 해줍니다. 땅 깊은 곳에 있는 새로운 물을 마중 나가는 물이라고 마중물이라 불렀답니다. 투표도 이런 것 같습니다. 절대로 표는 죽지 않습니다. 죽은 듯 보이나 다시 살아나 우리의 머잖은 미래에 반드시 돌아옵니다. 단지 마중 나가서 우리 눈에 안보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복지와 진보를 마중 나갈 표를 던집시다.
p.s. 사표를 막는 현행 제도보다 나은 방법은 비례대표제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광역단체의원, 기초단체의원 일부는 비례대표제를 이용해서 선출합니다. 참고 : 새로운 공화국, 어떻게 이룰 것인가.
2010-05-26 19:21:05에 싸이월드 블로그에 작성된 글.